[밴마철] 역지사지 입장바꾸어 생각하기에 대해 좀 더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. 이것은 황금률 golden rule이라는 각 문화권에 다 있다는 지난 번 말씀드렸습니다. 성경에는 네가 대접받고 싶은 것을 남에게도 대접하라는 것으로 산상수훈에 나오는 것입니다. 유교에서는 공자가 네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 는 것인데 이것을 ……
이것을 서(恕)라고도 합니다. 서라는 글자는 如 (여)}라는 글자 밑에 마음이라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, 마음이 같다는 뜻임니다. 해월 최시형은 오심 즉 여심(吾心卽汝心)이라고 했는데 내 마음이 바로 네 마음이라는 뜻으로 공자가 말한 서와 같은 뜻이라고 보면 됩니다. 내 마음과 네 마음이 같으니 입장바꿔 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. 저는 개인적 모든 윤리도덕의 기초에는 이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. 이것을 흄 칸트 헤겔을 통해 살펴보면서 근대라는 것을 좀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.
데이비드 흄은 도덕은 감정emotion이라고 합니다. 그 중에서 공감(sympathy)이라는 것이 일종의 입장바꿔 생각하기입니다. 예전에 sympathy empathy compassion 서로 다른 의미에서 대해서 논의했던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그냥 다 같은 것으로 대충 생각하기로 했습니다. 불교에서 자비慈悲를 말하는데 이것은 어머니라는 자와 슬픔이라는 비를 써서 자비라고 합니다. 보통 compassion 이라고 합니다. 유교에서는 측은지심(惻隱之心)이라고 합니다. 측은지심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를 보고 짠한 마음을 갖는 것 혹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울컥하는 마음입니다. 이런 것들은 모두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 혹은 상대방이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을 보고 마음이 울컥하는 것입니다.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을 보고 자기도 저런 상황에 빠졌을 때 가질 수 있는 마음 상태를 상상적으로 환기해 보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.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서 자기 내부에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 그런데 칸트는 이런 것은 도덕이 아니라고 합니다. 도덕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의 법칙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.
칸트는 나중에 하기로 도덕이 감정의 교류라고 하면 그 밑에 깔리는 기본정조는 슬픔입니다. 슬픔이 공감 연민 자비 측은의 밑바닥에 있다는 것입니다.
[Haerim Lee] 슬픔이 기본정서라는 점이…
[밴마철] 저는 요즘 좀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. 다른 사람들이 욕망을 보면 슬픔을 느낍니다. 자기나름대로 살려고 다른 사람의 기운에 억눌리지 않으려고 발바둥치는 것, 밭에서 상추를 길러 보려고 할 때 조그만한 빈틈으로 살려고 아둥거라며 거세게 나오는 이름 모를 풀들. 처음에는 미워보이지만 좀 지나서 보면 슬플 때가 있습니다. 다른 사람에게만 그런 욕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을 드려다 보면 나도 그런 똑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 아둥바둥으로 더 슬퍼질 때가 있습니다. 어떤 때는 죽고싶은 생각마저 듭니다, 이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무상이라는 것인가?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. 가을이 되어서 그럴까요?
쇼펜하우어는 칸트가 말한 빛나는 자유를 다른 측면으로 보면 추악한 욕망의 실현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에서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도 똑 같은 욕망을 보고 염세적 허무주의를 주장했는데 어떤 때 보면 이해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. 가을 비에 쓰러져 가는 여름의 욕망들이 내마음을 울적하게 하네요.
[Haerim Lee] 뜬금없이 시 한편 올려봅니다.
멀리서 빈다
나 태주
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
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
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
다시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
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
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쉬고 있는
나 한사람으로 하여
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
가을이다, 부디 아프지마라.
나태주(1945~ )
초등학교 교사 출신 시인
[밴마철]
https://youtube.com/watch?v=2I-G5TKspLQ&si=chXyYQvomYByKGn7
:마음이 울쩍 할 때 가끔 듭습니다, 동영상 가운데 엄마가 부엌에서 불 때는 모습이 뭉클합니다.,위의 시에서 말하는 고요한 저녁이 연상됩니다.
[Haerim Lee] '찔레꽃'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'가을밤'이라는 원제목이 있었네요.
아~가을밤이 제목이 아니군요.
[밴마철]
https://youtube.com/watch?v=eRIwDbYlEuI&si=eJtWdoMkIYkbJ1qs
이전에 올렸던 것인데 못 보신 분들 보시라고 다시 올립니다. 어머니의 슬품을 나타내는 것이 관세음보살이고 고려인들이 가장 잘 표현했다고 합니다. 온갖 고통의 소리를 들어주는 어머니.